[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일본 영화입니다. 인간관계와 가족의 의미를 섬세하게 탐구하는 작품으로, 낳은 아이와 키운 아이 사이에서 갈등하는 두 가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제66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등장인물
료타(후쿠야마 마사하루)
성공한 건축가로 가정보다는 일에 몰두하는 현실적인 가장입니다. 매사에 냉정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합니다.
미도리(오노 마치코)
료타의 아내로, 따뜻하고 다정한 성격으로 가정을 소중히 여기며 아이에 대한 애정이 깊습니다.
유카리(마키 요코)
서민적이고 따뜻한 성격을 가진 여성으로, 료타의 친아들을 키운 어머니입니다.
유다이(릴리 프랭키)
유카리의 남편으로,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지만 아이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친구 같은 아버지입니다.
게이타
료타 부부가 키운 아들이지만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며 혼란을 겪습니다.
류세이
유카리와 유다이 부부가 키운 아이로, 사실은 료타의 친아들입니다.
줄거리
영화의 시작은 엘리트 건축가 료타와 그의 아내 미도리가 여섯 살 된 아들 게이타를 키우는 평범한 모습에서 시작됩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던 그들에게 어느 날 병원으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집니다. 6년간 키운 아들 게이타가 자신들의 친자가 아니고 병원에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부부는 큰 충격을 받고 기른 정과 혈육 사이에서 갈등하게 됩니다. 그렇게 료타는 친아들인 류세이를 키우고 있는 또 다른 가족, 유카리와 유다이 부부를 만나게 됩니다. 유다이는 자유로운 성격의 전자상가 점원으로,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는 않지만, 아이들과 친밀하게 지내는 따뜻한 아버지입니다. 반면, 료타는 성공한 삶을 살고 있지만 아이와의 관계가 서먹하기만 합니다.
주말마다 아이들을 교환하며 알아가자는 제안을 받아들인 후 료타는 친아들인 류세이와 생활하게 되지만 관계는 서먹하기만 하고 게이타와도 점점 어색해집니다.
반면, 유다이 부부는 게이타를 따뜻하게 맞이하며, 모두가 한 가족임을 느끼게 해 줍니다. 아이들은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가지만, 료타는 혈육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케이타를 보내고 류세이를 선택합니다. 하지만 핏줄이니 곧 적응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엄격한 규율을 통한 훈육과 낯선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던 류세이와 갈등이 깊어지고 급기야 가출하여 원래의 집으로 돌아가는 일까지 벌어지게 됩니다. 이후 료타는 달라진 모습으로 류세이와의 관계를 회복해 나가지만 여전히 이전 가족을 그리워하는 류세이의 모습에 씁쓸함을 느끼고 자신 역시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게이타의 빈자리를 느끼게 됩니다. 결국 료타는 피를 나눈 혈육이 아니라 함께한 시간과 사랑이 가족을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고 게이타를 다시 찾아오기 위해 유다이의 집으로 향합니다.
감상평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가족과 인간관계를 섬세하게 탐구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연출가입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단순한 출생의 비밀 이야기가 아니라, ‘진짜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 연출입니다. 극적인 장면이나 감동을 위한 장치를 과하게 사용하지 않고,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자연스럽고 조용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덕분에 료타의 감정 변화를 더욱 진정성 있게 느낄 수 있습니다. 후쿠야마 마사하루의 연기는 료타의 내적 갈등을 완벽하게 표현합니다. 그는 처음에는 이기적이고 현실적인 남성이었지만, 점차 부성애를 깨닫고 변화하는 과정이 매우 인상적입니다. 릴리 프랭키가 연기한 유다이 역시 따뜻한 아버지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여주며, 대비되는 두 아버지의 태도가 영화의 중심 갈등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 공감하게 됩니다. 또한, 영화는 사회적, 경제적인 차이에 대한 문제도 조심스럽게 다룹니다. 료타는 경제적으로 성공한 만큼 ‘더 나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더 나은 사람이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지만, 영화는 그것이 얼마나 편협한 생각인지를 보여줍니다.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사랑과 관심이라는 메시지를 조용하지만 강렬하게 전달합니다. 아역들의 연기도 뛰어납니다. 게이타와 류세이는 현실에서 느껴지는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아이들의 시선에서 본 부모들의 갈등과 사랑이 영화의 감동을 더합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특유의 섬세한 감정 묘사와 현실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이며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부모’라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혈연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입니다. 감동을 강요하지 않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힘이 있고 강한 메시지를 가진 동시에 따뜻한 여운을 남기는 작품입니다.